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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에 향 담기

[좀 더 여자향수] 레짐데 플뢰르 히미츠 - 영화 '아가씨'

by oboralala 2025. 8. 18.

영화 아가씨 포스터 사진 영화 아가씨 포스터
영화 아가씨 포스터

이 영화를 감히 선정적이라고만 표현할 수 있을까

사실 나 역시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선정적', '동성 로맨스'에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다.

너무 적나라한 표현과 장면이 나온다해서 미뤄뒀던 영화였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선 미뤄둔 시간이 아깝게 느껴졌다.

남성과 여성, 퀴어 로맨스 등의 자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순전히 인물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보면,

이 영화는 직설적으로 사랑의 본질을 보여주며, 순수한 사랑의 형태를 보여준다.

 

히데코는 어릴 적부터 이모부(코우즈키)의 손에 자라며, 그로부터 성적인 대상으로서 취급당해왔다.

자유를 위해 도망쳤던 이모가 지하실에서 끔찍한 짓을 당하고 죽음을 맞이한 것을 본 히데코는 다 큰 성인이 되었어도

본인의 자유를 위해 도망치지 못했다. 여전히 지하실을 생각하면 두려움에 떨던 히데코였다.

 

그녀에게 자유란 죽음일 뿐이었다. 사랑을 받아본 적도, 준 적도 없는 그녀에게 사랑을 수단으로, 자유를 향한 거래가 들어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히데코는 온전한 사랑의 감정을 처음 느끼며 결국 거래를 등지고 수단이 아닌 삶의 이유로 사랑을 선택한다.

 

영화 아가씨 장면 중, 아가씨 놀이를 하는 히데코와 타마코

 

어린 아이일 때부터 선정적인 책의 낭독을 시키고, 폭력으로 히데코를 제압하던 코우즈키와 달리 타마코(숙희)가 그녀에게 건넨 손길, 눈빛은 단 한 점도 폭력적이지 않았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며, 둘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 얘 왜 이럴까? 왜 이렇게 쿵쾅거리면서 제가 화났다는걸 표시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한숨쉬고,

백작하고 마주칠 때마다 숙희의 눈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당신 싫어요' "

 

질투의 몸짓으로 쿵쾅 소리내며 걷기도 하고, 본인보다 상대를 걱정하며, 상대의 불의에 분노하기도 하는, 무해하고 직설적인 사랑의 표현들을 보여준다. 결국 상대의 불의에 대한 분노는 그 불의를 자처하여 파괴해버리는 것에 이른다.

 

영화 아가씨에 감도는 분위기는 대체로 좀 어둡다. 책이 바래게 하지 않기 위해 볕이 들지 않는 집, 이슬비가 내리는 날씨, 어딘가 축축하고 스산하다. 김민희의 차가운 무표정의 얼굴, 낮은 목소리도 한 몫하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생각났던 향수는 레짐데 플뢰르의 '히미츠' 이다.

 

레짐데 플뢰르 '히미츠' 향수병
레짐데 플뢰르 '히미츠'

 

일본어로 비밀이라는 뜻의 '히미츠', 모순게도 바이올렛의 꽃말은 신뢰다.

 

" 욕을 해도 좋고, 도둑질도 좋은데, 나한테 거짓말만 하지마"

 

비밀과 거짓말은 동의어가 아닌 것일까. 서로를 향한 비밀은 있지만, 둘은 거짓말만은 하지 않는다.

 

레짐데 플뢰르 히미츠의 노트 구성은 이렇다.

레짐데 플뢰르 히미츠의 노트구성
[출처] 프래그런티카

 

노트: 바이올렛, 스웨이드, 헬리오트로프, 톨루 발삼, 사프론, 릴리오브더밸리

 

히미츠는 달큰하고 묵직한 바이올렛의 향과 부드러운 스웨이드 향이 지배적이다.

향의 초반부터 중반부까지는 이 두 향이 존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 다른 향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근데 신기한건, 이 향수에서의 바이올렛은 부드러움보단 어딘가 텁텁한 느낌을 낸다. 분내나는 바디로션의 뉘앙스를 만들어내는 헬리오트로프도 한 몫하는 듯 싶다. 여기서 나는 좀 안개낀 듯한 곳의 바이올렛이 떠올랐다. 영화 아가씨에서의 목재 서재가 떠오른달까. 

 

중반부터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은 아마 릴오벨이 만들어내는 듯 싶다. 중반부에서 느껴지는 텁텁하고 베일에 씌인듯한 달큰한 바이올렛이 습기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든다.  사프란과 톨루 발삼은 살짝의 스파이시함과 달콤함을 더해주는 정도로 작용한다.

 

잔향까지 쭉 달콤함을 유지하는 편이고, 생각보다 스웨이드 가죽향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편이라, 시향과 착향은 필수다.

달고, 파우더리하며, 레더리하기 때문에 계절감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에서부터 겨울까지 어울릴 듯하다. 향 자체는 여성에 좀 더 어울리지만,

가죽의 터치가 있어, 남성분도 충분히 도전해볼 법하다. 

히미츠가 떠오르는 여자연예인, 김민희
히미츠가 떠오르는 남자연예인, 장기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