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려 20년만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가 나온다!
어릴 때 TV에서 방영 중이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를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그땐 너무 어려서 그저 예쁜 배우들과 예쁜 옷들에 재미를 느끼고, 미란다는 그저 나에게 무서운 인물일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후 다시 이 영화를 다운받아서 봤을 땐, 이 영화가 그저 단순한 패션 영화가 아니란걸 알게 되었다.


가끔 미래의 막막함 앞에 의연함을 잃을 때가 있다.
모든 것이 선택의 연속인 순간, 안타깝게도 현실은 자아를 최우선으로 두는 삶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다.
나의 속도를 찾기 전, 타인의 속도가 내 삶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시기가 오면 어쩔 수 없는 조급함이 생긴다.
그 조급함에 나의 꿈은 쉬이 힘을 잃는다.
하지만 타인의 기준에 맞춘 나의 삶은, 설사 그것이 통상적인 성공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그다지 행복하진 않을 것이다.
이 마음이 흔들릴 때면, 영화 속 앤디의 선택을 보며 그 의연함을 다잡곤 한다.
프라다 인퓨전 디 아이리스 - 미란다


냉소적인 캐릭터라고 하기엔, 너무 연약하고 따뜻한 구석이 있는 미란다.
패션 업계에서 일을 하며, 단호하고 냉철한 모습을 보이며 따뜻한 미소를 건네는 일은 극히 드문 인물이다.
하지만, 너무 본인을 옥죄는 것인지 개인적인 일에 온전히 감정을 쏟고 털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그저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프로페셔널하게 일을 전개할 뿐이었다.
그녀의 상처를 한번 마주하고 난 후, 나는 미란다의 단단함이 너무 아파보였다.
그래서인지 나는 영화 속 미란다만 보면 자꾸만 이 향수가 떠올랐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향, 프라다의 인퓨전 디 아이리스.


프라다 '인퓨전 디 아이리스'는 이름 그대로 아이리스 향조를 메인으로, 담백한 시더우드에 포근한 파우더리함이 전부인 향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미미하고 부드러운 향만이 나는데, 그 안에 살짝의 인센스 향이 나서 서늘한 분위기 역시 느껴진다. 부드러운 파우더리한 향 속에 감춰진 살짝의 서늘함, 이 분위기가 미란다와 너무 닮아 있다.
남녀공용, 너무 더운 한여름 제외 데일리 향수로 쓰기 좋아 보인다.
크게 스타일도 타지 않을 향이라 단 하나의 향만을 입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킬리안 굿 걸 곤 배드 - 앤디



패션 업계에서 일하면서도 'Dolce & Gabbana' 철자조차 몰랐던 앤디. 본인의 꿈인 기자를 위해 어찌저찌 일단 패션 잡지 회사를 들어왔으나 거리가 영 멀었던 패션엔 무지하였고, 그들의 세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순박하고 수수한 패션을 고수하였지만, 패션 업계에서 일하던 사람들 눈엔 너무 촌스러워 보였고, 이 때의 앤디의 모습을 어쩌면 굿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미란다의 일침을 듣고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본인이 받아들이고 바뀌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마침내 나이젤을 도움을 받아 제대로 각성하여, 패션은 물론 미란다의 요구도 즉각 받아들여 어떻게든 처리해내고야 마는 밷 걸이 되었다. 변한 앤디의 모습에 미란다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박수를 쳤지만, 정작 앤디의 남자친구와 친구들은 그녀에게 실망을 하며 그녀 곁을 떠난다.
이후 앤디 역시 스스로가 변한 것을 인지하고 그 모습은 자신이 원하던 자신의 모습이 아님을 알고 미란다 곁을 떠나게 된다. 다시 수수한 패션의 앤디로 돌아와, 그녀가 진심으로 원하던 일을 하며 미소를 띄는데, 다시 굿 걸이 된 것 같았달까. 그녀의 이러한 변화들 덕인지 앤디를 보면 킬리안의 '굿 걸 곤 배드'가 떠올랐다. 트레일 변화도 크고, 향수 네이밍도 그녀의 캐릭터와 딱이다.


킬리안 '굿 걸 곤 배드'의 첫 시작은 Good girl의 이미지로, 복숭아와 오스만투스의 향긋함으로 시작한다. 근데 이마저도 시나몬의 터치가 있어서 마냥 발랄하고 귀여운 복숭아 향은 아니다. 대부분 복숭아 향수라고 하면, 방향제스러운 복숭아 향 아니면. 사탕이나 젤리같은 달콤한 복숭아 향으로 풀어내는 경우가 많은데 킬리안답게 그런 이미지는 지양한다. 어느정도 성숙한 이미지의 복숭아 향이다. 그래서 이 굿 걸의 이미지도 마냥 착한 굿 걸의 느낌은 아니라는!
이후 등장하는 튜베로즈의 향에 스모키한 터치가 더해져, 이제 도도한 Bad Girl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여기에서의 튜베로즈는 너무 느끼하거나 울렁거리지 않고 자스민과 장미, 수선화와 함께 부드럽고 조화롭게 풀어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튜베로즈 향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도 이 향수는 너무 좋게 느껴졌다. 아마 스모키한 느낌이 플로럴함을 좀 눌러줘서인 듯 싶다.
잔향으로 갈수록 스모키함을 사라지고 포근하고 달콤한 머스크 향으로 마무리되는데, 다시 Good girl이 된 느낌이 든다. 이 향수는 신기하게 노트에는 토바코가 없지만, 시향기를 보면 담배와 복숭아가 같이 떠오른다는 평이 많다. 아무래도 스모키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향과 착향은 필수라는 것!
20대 이상 여성분들이 쓰면 너무 잘 어울릴 향수이며, 조금 무거운 감이 있기 때문에 가을이나 겨울에 뿌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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