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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에 향 담기

[좀 더 남자향수] 본투스탠드아웃 스모킹 건 - 영화 '소공녀'의 미소

by oboralala 2025. 1. 12.

영화 '소공녀' 포스터 사진
[출처] 네이버영화

 

이 글을 쓰기 며칠 전, 첫 눈이 왔다. 곧 눈이 내릴거란 소식을 듣고 얼른 눈이랑 관련된 글을 적어야지 하면서 떠올린게 이 영화였는데, 정말 그렇게 펑펑 올 줄이야..사실 나는 시골 소녀라 11월에 눈 오는 걸 경험해 본적이 손에 꼽아, 기상청이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글을 올릴 타이밍을 놓쳤다는 변명 아닌 변명같은 이야기...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영화는 20살 겨울에 추운 손 꽁꽁 녹이며 친구들이랑 옹기종기 모여서 본 추억이 있는 영화다. 영화도 겨울날이 배경이기도 하고, 겨울에 보기도 해서인지 이 영화만 생각하면 시려울 정도로 추운 겨울이 떠오른다. 영화의 주인공인 '미소'는 하루 한 잔의 위스키와 한 모금의 담배,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 '한솔'만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이 셋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인 그녀는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이 세가지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집도 자존심도 다 버리지만 위스키 한 잔과 담배 한 모금은 꼭 해야하는 그녀의 모습을 낭만으로 볼 수도, 그저 철 없는 이상으로 볼 수도 있겠다. 집도 포기하고 위스키를 들이마시는 미소를 보며 나 역시 한숨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래도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찾아내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을 하고 위로를 건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이해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이 포인트에서 이 영화의 온도를 따뜻함으로 정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미소'라는 캐릭터를 한심하게 바라보게 하기보단 사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게 연출한 느낌이다.

 

영화 '소공녀' 스틸컷
"나는 담배, 위스키, 그리고 한솔이 너, 그게 내 유일한 안식처야"

한약을 먹지 않으면 자꾸만 길어지는 흰머리, 영혼의 단짝인 담배와 위스키, 그리고 겨울의 공기까지. 이 영화의 미소를 떠올리며 향수를 좋아하는 친구랑 얘기를 하는데 둘이 만장일치로 본투스탠드아웃의 스모킹 건을 미소의 향으로 골랐다. 스모킹 건은 탑노트부터 럼, 캄파리 등 술 향이 확 나는데, 미들의 인센스, 위스키, 가죽이 미소 그자체인 느낌이었고 베이스에서 느껴지는 토바코의 향마저 완벽하게 미소였다. 그리고 잔향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샌달우드와 바닐라의 향은 따뜻한 미소의 성격마저 표현해주는 듯했다. 

본투스탠드아웃 스모킹 건 공식 이미지
[출처] 본투스탠드아웃 공식홈페이지

 

본투스탠드아웃 스모킨 건의 노트 구성은 이렇다.

[출처] 프래그런티카

 

탑: 럼, 비터 오렌지, 주니퍼베리, 캄파리

미들: 인센스, 위스키, 레더, 시나몬, 파인, 오크

베이스: 토바코, 버지니아 시더, 샌달우드, 바닐라

 

처음 분사하면 느껴지는 향은 비터 오렌지의 향이 가장 강하다. 마냥 상콤하진 않고 쌉싸래한 오렌지 껍질 향 같은게 나면서 곧이어 술향이 느껴진다. 처음 럼 향조만 봤을 때는 럼 치곤 그닥 깊은 느낌의 술 향이 아니라 갸우뚱 했는데 캄파리가 있는 걸 알곤 바로 납득했다. 캄파리와 비터 오렌지가 섞인 달달 쌉쌀 상큼한 향으로 시작되는데, 탑이 정말 순식간에 날라간다. 날라간다고 표현하기보단 인센스가 존재감을 빨리 나타낸다고 하는게 맞겠다. 아무래도 미들 노트 구성 향조들이 워낙 개성이 강하고 발향이 쎈 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인센스의 매캐한 느낌과 더불어 레더의 향이 느껴진다. 여기서의 레더는 꽤 거칠게 표현되는 편이다. 맨들맨들한 레더보다는 거친 표면의 코팅되지 않은 레더의 느낌. 그리고 시나몬이 여기서 매캐함에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다. 시나몬의 향이 느껴지느냐 하면 그렇게 잘 느껴지진 않지만, 시나몬이 있어서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위스키와 오크향은 인센스 뒤에서 받쳐주는 느낌이다. 위스키보단 오크향이 조금 더 느껴지는 편이고, 아무래도 위스키에서 오크향이 나는게 많다보니 오크향 자체로도 위스키의 뉘앙스가 느껴지긴 한다. 
 
미들로 들어서고나선 트레일 변화가 느리게 진행된다. 생각보다 매캐한 느낌이 오랫동안 지속되다 3시간 정도 지나고 나서 스멀스멀 토바코의 향이 나기 시작한다. 이제 스모키한 느낌은 줄고 따뜻하고 뭉근한 달큰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토바코의 향이 공격적으로 다가오진 않으며, 생각보다 우디한 향이 더 지배적이다. 미들노트의 잔재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에서 바닐라와 우디가 첨가되니 약간 바닐라 향 인센스가 타고 있고, 그 옆의 오래된 목재에 위스키를 쏟았을 때 날 법한 향이 연출된다. 베이스의 이 변화덕에 여자분들도 도전해 볼 법한 향수가 된 것 같다.
 

배우 김재욱의 이미지
본투스탠드아웃 스모킹 건의 이미지를 지닌 남자연예인 - 김재욱
배우 고준희의 이미지
본투스탠드아웃 스모킨 건의 이미지를 지닌 여자 연예인 - 고준희


사실 이 향을 맡으면 그려지는 이미지는 이솜의 모습과는 좀 다르다. 이솜보단 미소의 캐릭터가 어울리는 향인거고, 딱 향의 분위기로만 봤을 땐, 눈빛이 좀 더 매섭고 고양이 - 여우 느낌의 고혹적이고 섹시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성격은 강단있고 개성도 확실할 것 같다. 옷은 또 의외로 단정하게 입을 것 같은데, 색도 단조로운 색 위주로 코디할 것 같다. 버건디, 짙은 회색, 검은색이 어울릴 듯 싶다. 영화 속 주인공과는 상반되게 이 향을 맡으면 왜인지 옷매무새가 항상 정돈되어 있는 부잣집 귀한 자식이 떠오른다. 향조만 보면 꽤 반항적인 향이 맡아질 것 같지만 의외로 되게 깔끔하고 고급스런, 선이 확실한 향이랄까. 연령대는 20대 초중반까지는 어려워 보이고, 그 이후로는 크게 상관은 없어 보인다. 20대 후반도 정말 성숙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면 조금 겉돈다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 같고, 30대 중후반에서 중후한 느낌이 나기 시작하는 40대 초가 찰떡으로 어울릴 듯 싶다. 여자보단 남자에게 훨씬 잘 어울릴 향수지만, 그래도 이미지에 따라 여성분도 충분히 도전해볼 법하다.

연예인으로 따지면 남자는 김재욱, 여자는 고준희가 떠오른다. 김재욱의 깔끔한 이목구비와 살짝 매서운 눈매, 은근히 풍기는 섹시함까지 스모킹 건과 너무 잘 어울린다. 어려워 보이는 인상이라 쉽게 다가오는 사람은 없을 것 같으나 자기 사람은 마음 다해 끝까지 챙길 것 같은 이미지. 고준희 역시 눈매가 살짝 날카롭고, 도시적이고 세련된 외모, 섹시한 이미지까지 이 향수와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