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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뮤비에 향 담기

[남여공용 향수]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 - 아이유의 '팔레트'

by oboralala 2025. 1. 17.

아이유 '팔레트' 뮤비 속 한장면
아이유의 '팔레트' 뮤비 속 한 장면

 

새해가 밝아오고 이제 '만'을 붙여야 25살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걸 새삼 느낀다.

법으로 정해놨어도 아무도 안따르는 탓에 만나이를 내밀면 민망한 상황이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꾸역꾸역 만나이를 들이밀며 아직 어린 나이에 머물고 싶은걸보니 늙은게 맞는거 같기도 하고. 그래도 아직 우겨서라도 25살에 들어갈 수 있는 해이니, 더 늦기 전에 이 음악과 어울리는 향수를 찾아 글을 적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 음악이 처음 나왔을 때, 뮤비를 보는데 '청초함'이란 단어가 바로 떠올랐다. 뽀얀 필터가 씌워진 듯한 화면과 25살의 아이유를 표현한 장면은 최대한 색조를 덜어낸 화장과 힘을 뺀 스타일링이었고, 이는 직전 앨범의 '스물셋'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였다. 본인을 찾은 듯한 가사와 그걸 담담하게 뱉어내는 아이유, 그리고 힘을 더해주는 지디의 피처링까지.

 

7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노래 중 하나다. 나 역시 성인이 되고 스스로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꽤 긴 기간동안 자문자답을 하고 나서야 나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어릴땐 멜로디만 듣고 흥얼거리던 노래가 커서 들으니 위로가 되기도 하고 응원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출처] 조말론 공식 홈페이지

 

어쩔땐 노래를 들으면 향수가 떠오르기도 하고, 향수를 맡으면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번 조합은 후자였다.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은 나에게 추억이 있는 향수라 더욱이 찰떡인 조합을 찾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이 향수는 맡으면 팔레트 뮤비가 떠오른다. 내 첫 향수이기도 한 이 향수를 뿌리던 때 '팔레트'를 주구장창 들어서인지, 향수가 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실 좀 헷갈리지만 둘 다 인듯 싶어 이 조합으로 글을 써본다. 조말론의 '와일드 블루벨' 역시 '청초함'이란 키워드가 잘 어울리는 향수이다. 워터리한 베이스에 여리여리한 꽃잎이 연상되는 향이다.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의 노트 구성은 이렇다.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 노트 구성
[출처] 프래그런티카

 

탑: 이슬 방울, 초록 이파리, 클로브(정향), 블루벨

미들: 감, 복숭아

베이스: 머스크, 파우더리 노트

 

이 향수는 뿌리자마자 밤 사이 비가 온 날의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상쾌한 공기와 물기 어린 꽃들의 향기, 물방울이 채 가시지 않은 여린 풀잎들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말 여리여리한 꽃들과 이파리들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물방울이 그려지는 향이다. 와일드 블루벨이 영국에서 많이 나는 꽃이라고 하는데, 조말론이 런던에서 시작된 브랜드이고 영국은 비가 자주 오는 지역이어서 그런지 먼가 이 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향사가 의도한건가 싶기도 하다. 탑노트를 보면 이슬방울, 초록 이파리, 블루벨이 들어가 워터리한 느낌을 최대한 내려고 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사이에 클로브라는 스파이시함을 내는 향조가 들어가 있는데, 사실 나는 클로브향을 치과 냄새로 느끼는 편이어서 그렇게 선호하는 향조는 아니다. 그럼에도 이 향수에서는 거슬리는 지점이 없었던 것을 보면 클로브가 그냥 다른 향조를 꾸며주는 용도 정도로 쓰인 듯 싶다. 그리고 미들에서 감 향조는 수분감을, 복숭아 향조는 달콤함을 넣어준다. 감이 들어갔다해서 감 냄새를 맡아보려 용을 썼지만, 내 코에는 감보다는 수박의 하얀 부분이 더 연상되었다. 하지만 이 향수에서 단감 향을 맡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역시 코바코는 진리인가보다 싶다. 베이스에 파우더리 노트가 있지만 나는 이 향수가 파우더리하다고는 못 느끼겠다. 분내보단 오히려 로션향이 어울린다. 은은하고 여리여리한 꽃, 수박, 물, 풀 향이 한 데 섞인 로션향. 

 

플로럴한 향이 많이 느껴지는 편이지만, 신기하게 여성 향수로 확 치우친 느낌은 아니다. 워터리하고 그리너리함 역시 많이 섞여서 그런지 남성도 충분히 소화할 만한 향이라고 느껴졌다. 어쩔땐 플로럴함이 강조된 남성 스킨향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이 향수는 10대부터 남녀노소 데일리로 쓸 법한 향수이다. 햐얗고 순둥순둥한 강아지상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항상 웃고 있을 것만 같고 하늘하늘한 옷이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이다. 쨍한 하얀색 혹은 하늘색 셔츠가 잘 어울릴 것 같다. 여자 연예인으로는 위에 언급한 아이유가 떠오르고, 남자 연예인으로는 유승우가 떠오른다. 

가수 아이유 이미지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의 분위기를 지닌 여자연예인 - 아이유
가수 유승우 이미지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의 분위기를 지닌 남자연예인 - 유승우

 

계절감으로는 봄 여름이 가장 잘 어울리는 향이고, 시원한 여름비가 내리는 날에도 매우 잘 어울린다. 향 자체가 은은한 편이라 지속력, 확산력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로션 향이 살에 밴 것처럼 은은하게는 하루 종일 지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