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겨울, 뉴진스가 이 노래를 들고 와서 되게 놀랬던 기억이 있다. 청량함을 내걸었던 전작과 달리 어딘가 모르게 서늘하고 우중충한듯한 이 노래는 내가 생각했던 '뉴진스'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좀 멀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뉴진스는 뉴진스인것인지 '우 우우우~'하고 시작하는 이 노래의 도입부는 중독성이 어마했고, 그 해 겨울뿐만 아니라 추워지기만 하면 찾아 듣는 노래가 되었다.
겨울 노래도 부류가 여러 개로 나뉘는 것 같은데, 나는 크게 크리스마스 캐롤, 따뜻하고 포근한 노래, 서늘하고 시린 분위기의 노래 정도로 나누어 듣는다. 그리고 이 중 '디토'는 서늘하고 시린 분위기의 노래에 속한다. 뮤비도 빛 바랜 느낌으로 찍어서 그런지 건조한 마룻바닥, 흙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곳, 시리도록 찬 바람이 부는 날씨, 하지만 하늘은 맑은 날의 느낌이 든다. 어쩌면 정말 이른 새벽의 공기 향도 느껴진다. 해가 아직 덜 뜬 새벽의 향. 나는 가끔 밤을 새는 것을 즐기곤 하는데, 특히 겨울에 밤을 샐 때 동 틀 무렵의 그 향을 정말 좋아한다. 창문을 열면 느껴지는 시린 공기와 새벽 향기가 너무 좋은데, 밤을 새서인지 내 몽롱한 정신 상태도 이 향이 좋게 느껴지는 데 한 몫하는 것 같다. 이 기분이 딱 느껴지면 갑자기 막 잠이 쏟아지는데, 이때 전기장판을 틀고 이불 안에 폭 들어가면 극락이다. '디토'를 들으면 묘하게 이 행위, 이 시간대, 이 냄새가 떠오른다.

그리고 향수로 이 분위기가 나는 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주올로지스트의 '스노위 아울'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도 향수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브랜드인데, 이 브랜드는 'Zoologist'라는 이름에 걸맞게 동물, 해양 생물, 곤충, 공룡까지 다양한 생명체를 컨셉으로 잡고 그들의 서식지, 행동 특성 등을 탐구하여 향으로 스토리를 풀어낸다. 그 중 스노위 아울은 북극의 눈올빼미를 생각하며 만든 향이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위에 첨부한 사진과 같이 하얀 눈, 차가운 바람, 눈부신 반사광을 강조하며, 그 고요함 속 눈올빼미의 상아빛 날개 짓 소리만이 들리는 풍경을 묘사한다.
주올로지스트 스노위 아울의 노트 구성은 이렇다.

탑: 칼론(합성 향조), 코코넛, 민트, 릴리오브더밸리
미들: 스노우드롭(설강화), 아이리스, 마테, 갈바넘, 올리바넘, 화이트 로즈
베이스: 머스크, 바닐라, 오크모스, 암브레트, 시더우드, 시벳, 통카빈
이 향은 뿌리자마자 굉장히 화한 민트 향과 더불어 워터리함이 느껴진다. 수박의 하얀부분이 연상되기도 한다. 탑노트에 보면 칼론이라는 합성 향조가 쓰였는데, 이 향조가 아쿠아스러움과 멜론, 수박같은 느낌을 낼 때 활용된다고 한다. 처음에 칼론이라는 향조를 모르고 코코넛, 민트, 릴오벨만 보고 계속 갸우뚱거렸는데 여기에 답이 있었다. 보통 코코넛이 쓰이면 밀키하게 올라와서 탑부터 답답하게 막혀버리거나, 열대과일같은 프루티함과 섞어서 너무 휴양지스러운 느낌으로 풀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서의 코코넛은 밀키하고 미끄덩한 느낌보단 오히려 건조한 코코넛 칩의 느낌이 더 강하다. 바삭바삭한 코코넛 칩에서 느껴지는 향은 살짝 파우더리하고 담백한 듯 달콤한데, 여기서 표현되는 코코넛이 딱 그 정도의 느낌이다.
이 향수는 노트 구성이 되게 다양한 것에 비해선 트레일 변화가 단조로운 편이다. 탑에서 민트와 코코넛, 아쿠아스러움이 팍 치고 나서부터는 아이리스, 로즈, 릴오벨 같은 플로럴 향조가 다 같이 느껴지면서 얼씨한 노트들도 느껴지는데 그대로 쭉 진행이 되다가 잔향에서 통카빈과 바닐라가 달콤함의 터치를 해주면서 마무리를 해주며 끝이 난다. 그래서 이 향수는 트레일 변화에 집중하기보단, 미들에서 느껴지는 이 복합적인 향을 음미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게 좋을 듯하다. 나는 특히 이 향수에서 설강화를 미들 노트에 쓴 게 되게 낭만적이라고 느꼈다. 설강화가 꽃망울을 터뜨릴 때의 풍경이 마치 새하얀 눈으로 땅을 뒤덮는 것처럼 보이기로 유명한데, 그래서인지 노트만 보고도 향이 그려지고, 향을 맡고서는 그 향이 더 풍부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미들로 들어서고 나서부턴 아이리스 향이 크게 느껴진다. 약간 분내 같이 텁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여기서 위에서 언급한 흙먼지스러운 느낌이 나는 듯 싶다. 새벽의 스산한 느낌도 미들노트에서 만들어 내는 것 같기도 하다. 갈바넘의 얼씨한 느낌도 한 몫한다. 쌉쌀하고 아린듯한 풀향이 나는 갈바넘이라는 향조가 잘못하면 호불호를 크게 타게 만들 수 있는데, 다행히 이 향수에서는 그렇게 날카롭게 사용하지는 않은 듯 하다. 화이트 로즈의 은은한 달콤함과 러블리함도 살짝 느껴진다. 로즈가 느껴진다기보단, 러블리함이 살짝 느껴지는데 여기서 러블리함을 낼만한 향조가 로즈겠다~ 이정도..? 그러고 슬슬 오크모스가 축축함을 더해주는데, 새벽공기, 눈의 향이 여기서 힘을 더 얻는다. 그리고 마지막은 통카빈과 바닐라의 부드러운 달콤함과 암브레뜨와 시벳의 머스키함, 시더우드의 담백함으로 비교적 잔잔하고 평범하게 드라이다운된다.






이 향은 정말 남녀노소 전부 어울릴만한 향이다. 각자 이미지대로 향이 알아서 그 이미지에 맞춰줄 것 같은 느낌이다. 교복을 입은 학생도 어울릴 것 같고, 노부부가 커플로 써도 어울릴만한 향이다. 날씨도 내가 너무 특정해서 겨울!!이러고 써서 그렇지, 향조 구성만 보면, 그리고 실제로 맡아보면 서늘하고 시원한 것이 여름에 써도 그렇게 이상할 건 없다. 다만, 겨울이 제격이긴 하다. 하얀 피부, 검정 머리를 가진 사람이 어울릴 것 같다. 먼가 화려하게 꾸미는 사람보단 수수한 사람이 더 어울릴 것 같은 향이다. 그런데..화려하게 입어도 잘 어울릴 것 같긴 하다... 그냥 정말 웨어러블한 향인 것 같다. 이 향을 맡으면서 연예인을 떠올려봤는데, 바로 떠오른 사람은 남자는 배우 이동욱. 여자는 뉴진스의 해린이다. 둘 다 하얗고 말간 느낌이 있는데, 도도하기도 하면서 뭔가 소녀, 소년스럽기도 하고 풋풋함과 성숙함을 동시에 갖고 있는 특이한 이미지랄까.
'음악·뮤비에 향 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좀 더 남자향수] 메모 파리 오션 레더 - 혁오의 'Surf boy' (3) | 2025.08.21 |
|---|---|
| [남여공용 향수] 조말론 와일드 블루벨 - 아이유의 '팔레트' (5) | 2025.01.17 |
| [좀 더 여자향수] 룸 1015 체리펑크 - 로제와 브루노의 APT. (2) | 2025.01.11 |